나연은 M의 차가운 미소를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계획 안에 있었던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태식은 바닥에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나연은 칼을 꽉 쥔 채 M을 노려봤다.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 사람들을 속여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M은 나연의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
“속이다니. 네가 그렇게 본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
그는 천천히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나연은 칼을 들고 한 걸음 물러섰다. M은 그녀가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너도 이 공동체의 일부야, 나연. 네가 도망치려 하든, 나를 거스르려 하든, 결국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야.”
M의 제안
M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게 협력해라. 네가 가진 의심과 불신은 내가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네가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지. 네가 나와 함께한다면, 네 눈앞에 이 세상의 진실을 보여주겠다.”
나연은 그의 말에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너와 함께한다고? 네가 사람들을 조종하고, 희생시키고, 그걸 구원이라고 부르는 그 계획에 말이야?”
M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구원이란 원래 그렇게 달콤한 것이 아니야, 나연.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어. 이 세상은 파멸했어.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느냐는 거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강렬했지만, 나연은 그의 말 속에 숨겨진 조작의 의도를 간파했다.
결정적인 탈출
M은 손짓으로 태식을 가리켰다.
“그를 살려줄 테니,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라. 내가 너에게 시간을 줄게.”
M이 등을 돌려 떠나려는 순간, 나연은 칼을 쥔 손을 들어올리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지금 당장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모든 것이 더 위험해질 것 같았다.
“나는 네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
M은 잠시 멈춰섰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상관없어. 결국 네가 필요한 건 내 계획의 일부가 되는 거니까.”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나연은 태식을 남겨둔 채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
공동체의 새로운 모습
다음 날 아침, 나연은 공동체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여전히 M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더욱 무표정해져 있었다.
“그는 모든 걸 알고 있어.” 주현이 나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뭐?”
“M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다 알고 있어. 네가 어젯밤에 무슨 일을 했든,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거야.”
나연은 차가운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겨진 데이터를 찾아라
나연은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M이 계획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막으려면 그가 사람들의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지 파악해야 했다.
그녀는 밤이 되자 다시 창고로 향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처음으로 발견했던 기계실이 아니라, M이 자주 출입하는 또 다른 건물을 목표로 삼았다.
건물 내부는 창고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벽에는 전선과 패널이 빼곡히 늘어섰고, 중앙에는 거대한 데이터 서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컴퓨터 터미널에 다가가 데이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정보는 암호화되어 있었다. 그중 일부 파일 이름은 그녀를 소름끼치게 했다.
“인류 재구축 프로그램: 대상 목록”
그녀는 파일을 열려고 했지만, 접근 권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 순간,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발각된 비밀
나연은 숨을 죽이며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M이었다.
그는 터미널을 확인하며 미소 지었다.
“넌 참 끈질기군.”
그는 그녀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내가 너를 여기로 이끌 줄은 몰랐나 보네. 하지만 괜찮아. 이제 네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으니, 우리의 계획에 네가 필요한 것도 분명해졌어.”
그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나연은 그의 말 속에 감춰진 냉혹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