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지막 구원자 4부 – 균열 속의 진실



나연은 공동체에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공동체 사람들은 그녀에게 무척 친절했고, M은 여전히 그녀를 환영하며 묘한 미소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들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M에게 지나치게 충성했다. M이 정한 규칙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종교적 의식처럼 여겨졌고, 그를 향한 경외는 단순히 지도자에 대한 존경을 넘어선 것 같았다. 나연은 그 분위기에 점점 더 불편함을 느꼈다.

이상한 규칙

공동체의 하루는 늘 M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M은 매일 아침 사람들을 중앙 모닥불 앞으로 모아놓고 짧은 연설을 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우리를 삼킬 것이다. 신뢰와 연대만이 우리의 유일한 무기다.”

그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나연의 귀에는 반복될수록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그의 말에는 늘 ‘함께해야 한다’는 주장만 있었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특히, 나연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공동체의 규칙 중 하나였다.
“어떤 형태로든 불신이 싹트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신뢰를 강조한 말로 받아들였지만, 나연은 그 규칙이 너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불신을 품는 순간, 그것은 곧 공동체에서 배척당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배척당한 자는 결코 돌아오지 못했다.

“배척당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거지?” 나연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사라진 사람들

며칠 후, 나연은 아침 연설 시간에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사람은 나연이 공동체에서 처음 대화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그날도 M의 말에 깊은 신뢰를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혹시 그 사람 봤어?” 나연이 옆에 앉은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잠시 나연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이제 공동체를 떠났어.”

“왜?”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어.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을 방해했지.”

그녀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지만, 나연은 그 대답에서 이상한 감정을 읽어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그 남자가 떠난 것이 자발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중앙 창고

공동체의 중심부에는 큰 창고가 있었다. 이곳은 모든 자원을 보관하는 장소였으며, M과 그의 가까운 부하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장소였다. 나연은 이 창고에 대해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매일 창고에 자원을 기부했고, 그 자원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창고에서 꺼내오는 물과 음식은 분명 공동체의 생존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양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밤, 나연은 창고를 몰래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은밀한 탐사

그녀는 공동체가 잠든 깊은 밤에 조용히 창고로 다가갔다. 창고 문은 단단한 자물쇠로 잠겨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창고 옆쪽에 작은 환기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라면 들어갈 수 있겠군.”

환기구를 통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내부의 모습을 보고 숨을 삼켰다.

창고 안에는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식량과 물이 넘쳐났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컨테이너 한쪽에는 이상한 기계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기계들은 미세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단순한 생존 자원을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기계의 정체

그녀는 기계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기계는 인간의 생체 신호를 분석하는 듯한 데이터 화면을 출력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측정하고, 기록하며, 데이터를 어딘가로 전송하고 있었다.

“…이건 대체 뭐지?”

그녀는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공동체 사람들이 매일 어떤 작업을 했는지, 그들이 제공한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심지어 그들의 신체 상태와 심리 상태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M은 단순히 자원을 모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그들의 삶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발각

갑자기 창고 안에 불이 켜졌다. 나연은 순간 몸을 숨겼지만, 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M이었다.

그는 천천히 창고로 들어와 나연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멈추지 않고, 마치 나연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연, 여긴 왜 들어왔지?”

나연은 몸을 숨긴 채 그를 쳐다봤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녀는 그 안에 깃든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뭐랬지?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고. 그런데 너는 여전히 혼자 행동하려고 하는구나.”

나연은 칼을 쥐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사람들을 이렇게 감시하면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M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기이할 정도로 침착하면서도 섬뜩했다.
“나는 너희를 구원하려고 하는 것뿐이야. 내가 아니었다면, 이 공동체는 무너졌을 거야. 너희는 나를 필요로 해.”

끝없는 의문

나연은 그의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정말로 이 공동체를 위한 지도자인지, 아니면 그들의 자유와 생존을 이용하는 지배자인지.

그녀는 물었다.
“너는 대체 누구야?”

M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희의 구원자다.”

그 말에 나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지금 그를 대놓고 거스를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