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빛의 잔재는 광장을 가득 채운 채 맥박을 내고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빛을 둘러싸고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표정으로 나연과 M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것이 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이 될지, 파멸이 될지는 나연의 손에 달려 있었다.
M은 붉은 빛의 가장자리에 서서 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그 눈빛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다. 그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네가 원하는 구원이 바로 이건가?” 나연이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붉은 빛을 뚫고 울려 퍼졌다. “네가 말했던 질서와 통제라는 게 결국 사람들의 모든 자유와 의식을 빼앗는 일이었잖아!”
M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연. 내가 원하는 건 단순한 통제가 아니야. 이 빛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류 스스로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이건 단지 에너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모든 감정과 기억의 집합체다.”
“거짓말.” 나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네가 이걸 통제하려고 했던 건 사실이잖아. 네 계획은 이 빛을 이용해 네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거였어!”
M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이 빛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네가 선택해야 한다. 네가 이 빛을 없애면, 이 세상은 완전히 끝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이 빛을 남긴다면, 그것은 너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삼키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 것이다.”
나연은 그의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그의 계획을 멈추기 위해 싸워왔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정말로 옳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붉은 빛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걸 멈추면… 모두가 사라지는 걸까?”
주현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나연,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우리가 이걸 없애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해질 거야.”
나연은 주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단순히 없앨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이건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야. 이걸 없애면, 우리는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게 돼.”
그 순간, 붉은 빛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늘로 뻗어 올라가며 광장을 덮어버릴 듯한 기세로 요동쳤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주현조차 공포에 질려 나연의 손을 붙잡았다.
“나연, 뭐든 해야 해! 이걸 그냥 놔두면 안 돼!” 주현이 외쳤다.
M은 뒤에서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네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같다. 이 빛은 더 이상 너의 통제 밖에 있다.”
“아니야.” 나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넌 틀렸어. 이건 내 선택이야. 난 이 빛을 통제할 거야.”
그녀는 붉은 빛 속으로 걸어갔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그녀를 감쌌고, 그녀의 마음속으로 수많은 목소리를 보내왔다. 그 목소리는 고통과 희망, 분노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느끼며 속삭였다. “이건 통제의 도구가 아니야. 이건 사람들의 목소리야.”
M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이 빛과 하나가 되어 통제해 봐라. 네가 정말로 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지, 나도 보고 싶다.”
나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빛의 중심부로 걸어갔다. 그녀의 몸은 점점 빛 속으로 사라져갔고, 그녀의 의식은 수많은 기억과 감정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 속에서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 그리고 자유에 대한 열망을 보았다.
그녀는 속삭였다. “난 이 빛을 지킬 거야. 난 이 세상을 바꾸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남길 거야.”
그 순간, 붉은 빛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광장을 덮었다. 사람들은 눈부신 빛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 빛이 점차 가라앉으며 조용해졌다.
나연은 사라졌다. 붉은 빛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음을 깨달았고, 그들은 그녀의 선택을 기억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M은 광장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결국, 그녀가 이겼군. 하지만 이게 진정한 끝일까?”
“그들의 마지막 구원자”는 여기서 끝난다.
나연의 희생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남겼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며 붉은 빛의 통제를 끝냈고, 이 세계를 새로운 가능성의 장으로 열었다. M은 사라졌지만, 그의 도전은 나연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