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은 눈앞에 있는 기계의 패널을 열고 복잡하게 얽힌 회로를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고,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진동이 손끝에 전해졌다. 이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빛나는 나무와 연결된 심장이었다. 나연은 이것을 멈춘다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연, 빨리 해. 시간이 없어.” 주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뒤에서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나무의 가지와 뿌리가 점점 더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고, 그 끝에서 뻗어 나오는 빛이 광장 전체를 잠식하고 있었다.
“알고 있어.” 나연은 짧게 대답하며 기계의 중심부를 더 깊이 살폈다.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그녀는 가장 중요한 연결점을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때, M의 차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기계를 멈추려 한다면, 네가 초래할 결과를 감당할 준비는 되어 있나?”
나연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마치 뱀처럼 그녀의 귀에 스며들었다.
“네가 이 심장을 멈춘다면, 이 나무와 함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도,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희망도.” M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며 덧붙였다. “그리고 너 자신도.”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넌 늘 그럴듯한 말로 사람들을 속였어. 하지만 이번엔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야.”
M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널 속이지 않았다. 나는 단지 진실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선택은 늘 네 몫이었다.”
나연은 다시 기계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더 깊이 생각해야 했다.
“네가 말하는 진실은 거짓으로 덮인 진실이야.” 그녀는 낮게 속삭이며, 기계의 중심부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끝에서 강렬한 빛이 폭발하며 기계 전체를 흔들었다. 나무 전체가 마치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는 것처럼 진동했다.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떨리며 나연과 주현은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멈췄어?” 주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나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기계에서 흐르는 에너지가 여전히 강하게 느껴지고 있음을 알았다. “아직도 작동 중이야. 이걸 완전히 멈추려면 더 깊이 들어가야 해.”
M은 그들을 지켜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 기계를 멈추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네가 지키고자 했던 자유조차도.”
“자유를 말하지 마!” 나연은 소리쳤다. “네가 한 건 자유를 빼앗는 일이었어. 넌 사람들의 기억과 의식을 도구로 만들어버렸잖아.”
M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기억과 의식은 혼돈 속에 남겨질 수 없었다. 내가 그것을 모아 새로운 형태로 만든 것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연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기계로 다가갔다. 그녀는 패널 안에서 붉은 빛과 연결된 회로를 발견했다. 그것은 기계의 핵심 에너지원처럼 보였다.
“여기야.” 그녀는 속삭이며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계에서 엄청난 저항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이 닿기 직전에 에너지가 폭발하며 그녀를 뒤로 밀쳐냈다.
“나연!” 주현이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나연은 숨을 고르며 일어섰다. “이걸 멈추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반드시 멈춰야 해.”
그녀는 다시 기계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주현이 그녀의 옆에서 도움을 주었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에너지원으로 이어진 회로를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계는 끊임없이 저항했고,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나무 전체가 진동하며 그들을 압박했다.
M은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그 눈빛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들의 행동이 성공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듯했다.
“네가 그 기계를 멈춘다면, 이 모든 것은 끝난다.” M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네가 꿈꿨던 세계도.”
“내가 꿈꿨던 세계는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 나연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마지막으로 회로에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닿자, 강렬한 빛이 폭발하며 방 전체를 뒤덮었다. 나무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는 듯한 소리를 냈고, 그와 동시에 진동이 멈췄다.
방 안은 갑작스러운 정적에 휩싸였다. 나연과 주현은 숨을 고르며 바닥에 앉았다. 기계는 멈췄고, 나무는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M은 여전히 서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생각이 담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끝났어.” 나연이 힘겹게 말했다.
M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가 초래한 결과는 이제 너의 몫이다.”
나연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주현과 함께 일어섰다. 그들은 광장의 중심에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들의 뒤에서 나무는 서서히 붕괴하며 하얀 빛의 잔해를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