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지막 구원자 17부 – 붉은 빛 속에서



나연은 광장의 중심에 서서 솟아오르는 붉은 빛을 응시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그 빛은 멀리서도 명확히 보였고, 거대한 기둥처럼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건물이 무너지는 소음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끊임없이 두근거렸고, 손은 여전히 장치를 파괴했던 충격에서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광장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들은 길을 찾지 못한 채 서로를 밀치며 비명을 질렀다. 나연은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점 더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이를 악물고 머릿속의 혼란을 밀어냈다. 그녀는 지금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주현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은 나연보다 더 떨리고 있었고, 목소리에도 공포가 가득했다. “나연, 우리 이제 뭘 해야 해? 이대로 있으면 우리도 저 빛에 삼켜질 거야! 네가 뭘 하든 이걸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해!”

나연은 그녀를 돌아보았다. 주현의 눈에는 공포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나연은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나? M이 말한 대로 그의 시스템이 진짜로 우리를 지탱하고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들이 그녀를 휘감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M의 계획은 잘못된 거였어. 사람들에게 강요된 구원은 진짜 구원이 아니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혼란을 멈추고, 남은 사람들을 구하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의 결정이 정말로 옳았던 것인지, 그녀가 잘못된 길로 모두를 이끌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연은 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M이 서 있었다. 그는 이 혼란 속에서도 흥미롭다는 듯한 얼굴로 광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지만, 그것은 기쁨이나 분노가 아닌, 단지 지켜보는 자의 미소였다.

“네가 선택한 결과가 바로 이거다, 나연.” M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다. “내 시스템은 단순히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세계를 지탱하는 마지막 장치였다. 균형을 유지하는 심장이었지. 네가 그것을 파괴한 순간, 이 세상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 나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이걸 계획했겠지. 나를 이용해 네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조작하려고 했을 뿐이야.”

M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웃었다. “내가 계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가 스스로 한 선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네게 강요하지 않았다. 네가 자유의 이름으로 이 선택을 했을 뿐이다.”

나연은 그의 말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는 생각은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다. 그녀는 그의 계획을 막기 위해 이 모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빠지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했다. “우리는 이걸 멈출 방법을 찾을 수 있어.”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해?” 주현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반쯤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연은 주현을 돌아보며 손을 꼭 잡았다. “우리가 시스템을 파괴했으니,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야 해. 이 붉은 빛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고, 그게 M의 마지막 장치에 달려 있을 거야.”

“마지막 장치?” 주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M을 응시했다. “네가 아직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 우리가 이걸 바로잡을 방법은 거기 안에 있어.”

M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장치라… 흥미로운 추측이군. 하지만 그 장치를 찾는다고 해서 네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네 오만이다.”

나연은 그를 무시하고 광장 가장자리에 있는 한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부터 시작하자. 이 붉은 빛의 중심은 바로 저기서 시작된 거야. 우리가 들어가서 확인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와 주현은 혼란에 빠진 사람들 사이를 뚫고 건물로 향했다. 붉은 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고,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주변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들은 거대한 기계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붉은 빛을 뿜어내는 원천이었다.

“이게 원인이야.” 나연은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기계에 다가가 그것을 멈추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버튼으로 멈출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멈춰야 하지?” 주현이 물었다.

“방법은 있을 거야.” 나연은 대답하며 기계를 면밀히 살폈다. 그러나 그녀가 움직이기도 전에, 뒤에서 M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이걸 멈춘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아.” 그는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오히려 그 혼란은 더 커질 뿐이다.”

나연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네 말은 믿을 수 없어. 넌 언제나 우리를 속였으니까. 이번에도 다를 건 없어.”

M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해봐라. 내가 너를 막지 않을 테니. 하지만 네가 초래한 결과는 네 몫이다.”

그의 말은 그녀를 흔들리게 했지만, 나연은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기계를 향해 움직였다. 그녀는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걸 걸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