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앞에 앉은 나연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서버 시스템의 또 다른 계층을 열기 위해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와 데이터가 빠르게 흘러갔고,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M. 네가 숨겨놓은 시스템이 무엇이든, 난 반드시 그걸 멈출 거야.” 나연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M은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유지하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이미 내 계획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군. 네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 나연.”
“그렇다면, 왜 날 멈추지 않는 건데?” 그녀는 키보드를 치던 손을 멈추고,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M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너는 스스로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길 바라는 것 같더군. 내가 널 그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건, 내 계획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나연은 이를 악물었다.
“계속 그렇게 말해봐. 하지만 네가 아무리 날 조종하려 해도, 내 결정을 강요할 순 없어.”
그때 주현이 다시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두려움과 혼란에 가득 찬 얼굴로 나연과 M을 번갈아 보았다.
“나연, 정말로 우리가 이걸 막을 수 있을까? 그가 하는 말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 있어? 만약 우리가 그를 멈춘 뒤에 더 나쁜 결과가 온다면…”
나연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현, 그건 우리가 선택할 문제야. 우리에게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어. 누가 그걸 강요하거나 통제하려 든다면, 그건 절대로 옳지 않아.”
주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M은 그들의 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말했다.
“결국 인간은 늘 그렇게 두려움과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지.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파멸이었다. 내가 너희를 구원하려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너희가 더 이상 이런 무의미한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려고.”
나연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터미널에 다시 집중했다. 그녀는 시스템의 더 깊은 계층으로 들어가는 코드를 입력하며 화면에 출력된 데이터를 읽기 시작했다.
그 데이터는 M의 계획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공동체 사람들의 의식을 데이터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기억과 감정을 필터링하여 특정한 패턴만을 남기는 작업이었다.
“네가 이걸 진짜로 구원이라고 부르는 거야?” 나연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르게 만드는 거잖아. 너는 그저 네가 원하는 형태의 인간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거야.”
M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 불완전함이 결국 세상을 황폐화시켰으니까.”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거야!” 나연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우린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 네가 그걸 없애려는 순간, 우린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돼.”
M은 나연의 말을 듣고 잠시 조용히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서버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는 서버 옆에 있는 패널을 열고, 안에서 작은 장치를 꺼냈다. 그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조각 같은 장치로, 마치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맥박을 내고 있었다.
“이건 내가 설계한 핵심이다.” M은 그것을 손에 쥐고 말했다. “너희가 이걸 파괴한다면, 모든 데이터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너희가 가진 유일한 생존 가능성도 사라질 것이다.”
나연은 그의 손에 들린 장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싸워온 모든 것의 중심이었다.
“선택은 네 손에 달려 있다, 나연.” M이 말했다. “내 계획을 멈추려면 이걸 파괴하면 된다. 하지만 네가 선택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그 대가는 온전히 너희 몫이 될 것이다.”
나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M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장치를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그것을 파괴한다면, 이 모든 것은 끝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M이 말한 대로, 그 이후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걸 파괴하는 것도 네가 원했던 결과겠지. 네가 나에게 남긴 선택지는 모두 함정이야.”
M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네 선택을 보여줘라.”
나연은 장치를 집어들었다. 그녀는 손을 떨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주변에서는 서버의 붉은 빛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고, 주현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도 후회할 선택일 거야.” 나연은 스스로 중얼거리며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장치를 손에 꼭 쥐고, 그것을 부수기 위해 팔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