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지막 구원자 13부 – 결전의 서막



M이 문을 열고 서버실 안으로 들어섰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오면서 방 안은 더 싸늘해졌다.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나연과 주현에게 닿을 듯했다. 나연은 긴장한 채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주현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M의 등장에 말을 잃었다.

M은 느릿한 걸음으로 서버실을 둘러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냉정함과 확신이 가득했다. 그는 나연과 주현 사이를 천천히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 나연. 네가 그토록 단단한 결의를 가지고 있었다니, 놀랍다.”

그녀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놀랄 일은 아니야. 네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누구라도 여기까지 올 거야.”

M은 조용히 고개를 젓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끔찍한 짓이라. 참 흥미로운 말이군. 네가 정말 내 계획을 이해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텐데.”

그는 천천히 서버실 중앙에 서 있는 거대한 데이터 서버를 가리켰다. 그것은 마치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점멸하며, 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이건 인류의 미래다. 너희의 고통스러운 삶을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한 방법이지. 지금 너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았는지, 너도 알잖아.”

나연은 M의 말을 끊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자유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그게 우리 잘못이라면,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문제지. 네가 모든 걸 통제하고, 우리의 선택을 뺏어가는 방식은 옳지 않아.”

M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실망과 연민이 섞여 있었다.
“나연, 너는 지금 네가 하는 말이 얼마나 순진한지 모르는군. 선택이란 늘 파멸을 불러왔다. 너희가 선택한 결과가 바로 이 황폐해진 세상이다. 나는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건 네가 원하는 세상이겠지.” 나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묻지도 않고, 네 방식대로 모든 걸 만들어 버리려는 거잖아.”

서버실 안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M은 조용히 웃으며 나연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가 놓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천천히, 그리고 단호했다. 나연은 본능적으로 키보드 위에서 손을 뗐다.

“너는 아직 모든 것을 보지 못했다.” M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압도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이 서버에 담긴 데이터가 단순한 기록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우리의 의식과 기억, 인간의 본질을 담은 것이다. 내가 만들고 있는 세상에서는 육체적인 고통과 죽음이란 개념이 사라질 것이다.”

주현이 그의 말을 들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나연에게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가… 정말로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진짜 가능하다면?”

나연은 주현의 말을 듣고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혼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연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현, 너도 알잖아. 그는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아. 그의 세상은 우리가 원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그가 강요하는 곳이야.”

“강요라니.” M이 그 대화를 가로막으며 끼어들었다.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너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너희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해.”

나연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키보드 위로 손을 올렸다. 그녀는 모든 데이터 시스템을 종료하기 위해 필요한 명령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고: 시스템 종료 절차가 시작됩니다. 모든 데이터가 삭제됩니다.”

M은 그녀의 행동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나연. 네 선택은 이미 나의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다.”

나연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 명령어를 입력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시스템 종료: 확인하시겠습니까? Y/N”

M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이 시스템을 종료하면, 모든 희망이 사라질 것이다. 네가 그 희망을 없애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그것이 네가 인류에게 남길 마지막 흔적일 것이다.”

나연은 키보드 위로 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이 떨렸지만, 마음은 굳건했다.
“네가 원하는 구원 따윈 필요 없어. 우리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 우리는 스스로 회복할 거야.”

그녀는 마지막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