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과 주현은 폐허가 된 건물에서 이틀간 머물며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그들은 M의 계획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야 했다. M은 그곳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고, 그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사람들은 그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주현은 지도를 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지만, 그녀는 나연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이상 뒤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알아. 하지만 우리가 가진 정보가 그의 계획을 무너뜨릴 유일한 열쇠야. 우리는 서버를 파괴해야 해. 그게 모든 시작이고 끝이야.” 나연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더라도, M의 계획을 막겠다는 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공동체로 돌아가기 위해 밤을 선택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했고, M의 감시망을 피해 접근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공동체는 여전히 그가 통제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들어가서 혼란을 일으킨다면, 그의 사람들도 흔들릴 수 있어.” 나연은 작전 계획을 설명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서버가 위치한 중심 건물에 도달해 그것을 파괴하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감시를 피하고, M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 큰 장애물이었다.
“만약 걸리면?” 주현이 물었다.
“걸리면 싸워야지.” 나연은 단호히 말했다.
그들은 공동체에 가까워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경비는 더 강화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주현은 속삭였다.
나연은 망원경으로 공동체 내부를 살펴보며 말했다.
“M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경비가 이렇게 강화된 건 우리가 떠난 것에 대한 대응이겠지.”
그녀는 주현과 함께 조용히 공동체 외곽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지도가 가리키는 경로를 따라, 공동체의 뒤쪽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작은 틈을 발견했다.
“여기로 들어가면, 직접적으로 감시를 받지 않고도 중심 건물에 접근할 수 있을 거야.” 나연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이 공동체 내부로 들어갔을 때, M의 목소리가 중앙 광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는 또다시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했다. “모든 고통과 고독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함께 나아갈 때다.”
그의 말은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나연은 그 광경을 보며 이 공동체의 사람들이 얼마나 M에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실감했다. 그들은 M이 자신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우리가 진실을 말해도 믿어줄까?” 주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그래서 우리는 직접 행동해야 해. 말로는 M의 계획을 멈출 수 없어.”
그들은 M의 연설이 끝나는 틈을 타 중심 건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경비가 삼엄했지만, 나연과 주현은 어둠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여기서부터는 네가 나를 믿어야 해.” 나연은 주현에게 속삭였다.
그들은 철저히 경비의 틈을 노려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복잡한 복도와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곳곳에 M의 부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서버가 어디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주현이 말했다.
“그가 가장 철저히 감시하는 곳이 있을 거야. 그걸 찾으면 돼.”
그들은 한참을 건물 내부를 돌며 서버실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했다. 그러나 문 앞에는 두 명의 경비가 서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지나가지?” 주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건 내가 처리할게.” 나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는 작은 금속 조각을 던져 소리를 냈다. 경비들이 소리를 따라 움직이자, 그녀는 그 틈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였다. 두 경비를 제압하기 위해 나연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그들의 팔을 비틀고, 정신을 잃게 했다.
“들어가자.” 그녀는 주현에게 손짓했다.
서버실은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기계들이 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게 모든 걸 통제하는 서버야.” 나연은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그녀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터미널에 접근했다. 그곳에는 M의 계획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의식을 데이터화하여 서버에 저장하고, 그 데이터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우리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데이터 조각으로 존재하기를 원하는 거야.” 나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연은 터미널에서 서버를 파괴하기 위한 명령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마지막 단계를 진행하려는 순간,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접근 권한 필요: 관리자 인증”
그녀는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여기 나타날 거야.”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리며 M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군, 나연.”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냉혹했다.